나이키 러닝화, 사기템 기술도핑일까?

일본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마르셀 제이콥스(이탈리아)와 은메달의 프레디 컬리(미국)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마법 신발’로 불리는 나이키사의 ‘줌X 드래건 플라이’ 스파이크를 신고 있었다는 것이죠.

 

여자 100m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일레인 톰프슨(자메이카)과 남자 1만m 금ㆍ은ㆍ동메달 리스트인 셀레몬 바레가(에티오피아), 조슈아 체프테게이, 제이콥 킵리모(이상 우간다)도 이 ‘마법 신발’을 신었습니다.

 

도쿄올림픽 육상 종목이 시작되자마자 ‘마법 신발’이 상위권을 휩쓸면서 기술도핑 논란이 재점화되었죠. 나이키는 운동화의 밑창과 깔창 사이의 중창을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으로 만든 고탄성 폼으로 제작했습니다. 기존 운동화 중창 소재는 지면을 밟을 때 필요한 에너지의 60%를 되돌려준다고 하는데요. 이 고탄성 TPU소재 폼은 돌려받는 에너지를 85%까지 늘려준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발바닥 중간(미들 풋)이 바닥에 닿으면서 가속을 하는데 나이키는 이 점에 집중해 미들 풋이 바닥에 닿는 순간 힘이 극대화되도록 창 중간에 뻣뻣한 탄소 섬유판을 끼워 넣은 것이죠. 탄소섬유판이 스프링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겁니다.

 

줌X 베이퍼 플라이 DD8878-100

밑창은 두꺼워졌지만 무게는 일반 운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운동화 무게는 그대로이면서 탄성이 올라간 것이죠.

이 기술은 단거리용 스파이크인 ‘줌X 드래건 플라이’뿐만 아니라 중장거리화인 ‘줌X 베이퍼 플라이’에도 적용됐죠. 사실 스파이크보다 중장거리화가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나이키의 중장거리화는 ‘베이퍼 플라이 4%’ 이름으로 2016년 출시를 시작했습니다. 4%는 기록을 4% 끌어올려준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 신발이 더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바로 케냐 출신의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엘리우드 킵초게가 나이키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입니다. 2019년 4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된 INEOS 1:59 Challenge에서 1시간 59분 40.2초라는 기록으로 인간의 한계인 마라톤 2시간 벽을 깨버린 것이었죠. 

 

이 기록을 깨기 위해 킵초게는 나이키와 함께 나이키 줌X 베이퍼플라이 넥스트%를 맞춤 개발을 하게 됩니다. 해당 기술은 미국 특허청에 등록이 되어 있구요. 아래 사진은 특허에 제출된 도면입니다.

오늘의 주제인 기술 도핑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보려고 하는데요. 스포츠 용품사의 기술 경쟁이 결국 기록을 좌우한다는 ‘기술도핑’ 비판이 나오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규제를 하고 맙니다. IAAF는 스파이크의 경우 800m 미만 단거리는 밑창 두께를 20㎜ 이하로, 800m 이상 중장거리는 25㎜ 이하로 규제하는 안을 발표했구요. 도로용 운동화의 경우 밑창 두께를 40㎜ 이하로, 탄소섬유판은 1장만 넣을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그러자 나이키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규정보다 불과 0.5㎜가 낮은 신제품을 내놓으며 제한을 비켜갔죠.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금·은을 따낸 제이콥스와 컬리 등은 모두 규정에 부합하는 나이키 스파이크를 신었습니다.

 

기술도핑을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고 있는데요. 과거 부력을 올려주는 전신 수영복을 금지한 것처럼 베이퍼 플라이도 기술도핑으로 규정해 못 쓰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반면 기록 단축을 위해 과학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규정을 지키면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일이라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킵초게는 “나는 열심히 훈련하고, 기술의 도움도 받는다. 기술이 점점 발전하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스포츠 선수도 기술과 발을 맞춰 나아가야 한다”고 혁신 제품 사용을 옹호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기술들을 도핑이라 규정짓는 것에 반대하는데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런 기술을 도핑이라 규정한다면 맨발로 뛰어야 가장 공정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나이키의 인간의 한계를 깨는 혁신적인 러닝화, 그리고  기술도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라면서 안뇽~